이병헌이 출현한 광해 영화를 보면 왕이 신하에게 말을 한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줘야하는게 정치라고 하지 않았냐구?'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줘야 하는게 맞긴 한데 받을 땐 모르겠는데 줄 땐 속이 아프다
이건 정치적이건 아니건 참 애매한게 나름 관념과 정의를 가르치면 응당 그렇게 가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고
남이 하면 불륜이 된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가 되는 듯 하다

몇일전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오더가 들어 왔는데 사양은 이렇다
210g 황크라프트에 특수지 형식의 무늬를 내어 자기네 로고를 인쇄를 하지않고 라벨을 만들어 쇼핑백에 붙여 2cm 좀 두꺼운 면끈을
사용하여 250장 대, 중, 소를 만들어 달라고 단, 접는 방법은 기존의 방법이 아니고 새로운 방법으로 해달라고.
상각지는 반드시 250g 두장씩 넣어야 하고 하각지는 꼭 800g을 써야하며 박스에 opp가 들어가 있어 opp에 반드시 25개씩 넣어 달라고... 사실 뭐 장황한 설명이 들어가 그렇지 우리가 만드는 방법과 다른게 별로 없었다
나름 수 많은 쇼핑백 공장 중에서 선택을 했다는데... 

250장 오더는 사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디자이너 브랜드는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드는 옷에 
 쇼핑백 또한 자기이름을 인쇄 하기에 당연하지만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250장을 만들려고 수 많은 쇼핑백 중 우리가 선택된 것에 대하여 감사를 하며 우리 중국사장은 제작에 들어갔다

제품이 거의 나와 접어서 포장만 하면 되는데  우리 중국 사장이 작업을 중단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라 지시를 했다고 한다

뭔가 잘못 됐는데 사장만 알고 직원들은 잘 모르고 중국 사장은 생산 담당에게 화를 내며 다시 만들라 지시를 했다

뭐가 잘못 됐을까?

종이에 무늬를 찍어야 하는데 좀 잘 안눌려 졌는지 무늬가 보일 듯 말 듯 한게 원인이다

아...

저게 드디어 미쳤구나

내 눈엔 무늬가 잘만 보이는데 왜 그랬냐고 하니깐
자기 눈엔 잘 안보인다 한다

250개 쇼핑백 만드는 건 2만 5천개 쇼핑백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 대량 생산 보다는 소량 생산이 뭐든 다 어렵다



그렇게 가르쳤는데 뭐라 할 수 도 없고...금전적 손해와 시간적 손실을 ...아 짜증나지만 뭐라 할 수 없다
그렇게 가르친건 난데 날 엿먹이려는 건 아닌데 내가 그냥 가슴이 아프다

겁나게 잘 배웠다 너무 잘 배워서 뭐라 할 틈이 없다 조금만 더 하면 장인이 될 듯 하다

속은 아프지만 
우린 알고 있다 삼성 핸드폰 같이 현대 자동차 같이 불량을 팔아 먹는 회사가 아니라 별거 아니지만 제대로 만든 
'쇼핑백' 하나를 만들기 위해 손해를 '자주' 감수 해야 한다는 걸

우린 쇼핑백 하나 만은 정말 잘 만드는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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